나 역시 그랬다.
레벨 2 첫 수업을 듣기 전까지는
그럴싸한 계획이 있었다.
레벨 1동안의 스터디와
레벨 인터뷰와
미션을 통해 배운 것들을 합쳐보니
“노하우”라는 것이 쌓인 줄로만 알았다.
레벨 2 첫 수업이 끝나고 정신을 차려보니
난 여전히 작년 11월에 자바를 처음 써본
비전공자일 뿐이었고,
스프링이란 녀석의 심연은
“죽고 싶다”라는 생각을 넘어
“살고 싶다”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그래, 살고 싶다.
지금까지의 나는 비장한 사람이었다.
죽거나, 해결하거나.
비장한 각오는 나에게 가속도를 주었고,
나의 가속도는 모든 장애물을 부수고 달리게 해줬다.
아니, 그렇다고 믿었다.
그 상태로 부수지 못할 장애물에 부딪히자
부서진 건 나였다.
그렇게 난 이번 주를 부서진 채 지냈다.
부서진 채로 지내다 보니 살고 싶어졌다.
‘어떻게 해야 살 수 있을까?’
고민해 봐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날 둘러싼 상황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는데
바뀌길 거부한 채로 고민하니 답이 나올 수 없다.
지금까지 날 키워준 이 태도가
나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이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좋았었잖아…
우리가 해결한 문제가 몇 갠데…
과거의 영광은 반추할수록 서글퍼졌다.
그러나 아직 나에겐 하고 싶은 일들이 남아있고,
서글퍼만 하기엔 우테코의 시계는 흐르고 있고,
주변 크루들은 길을 찾아서 달리고 있다.
부서진 채로 부러워만 할 것인가?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모든 문제가 지금 당장 해결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해결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다 보면
결국 큰 문제도 해결될 것이다.
그래, 중요한 것은 결국엔 내가 해결하게 될 것이란 거다.
정신승리는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그렇게 날 괴롭히던 나의 구원자,
비장함과 헤어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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